나의 창작시

액자 속의 산

신사/박인걸 2021. 4. 25. 19:25

액자 속의 산

 

내가 딛었던 백두산이

액자 속에 갇힌 채 어느 카페 벽에 걸려있다.

그해 여름은 뜨거웠고

백화(百花)만발한 절경에 소스라쳤다.

낡은 버스는 덜거덕거렸고

절벽 사이를 기어오를 때 등골이 오싹했다.

구름이 손에 닿을 때 나는 신선이 되었고

푸른 하늘이 쏟아진 천지연에는

절벽이 거꾸로 매달려 흔들리고 있었다.

뼈마디가 연할 때부터 불렀던 애국가 첫 소절은

산줄기를 딛고 일어섰고

단 번에 나를 사로잡은 영봉(靈峯)은

억겁의 세월에 비바람이 밟았어도

한 치도 닳지 않은 태고 적 신비였다.

치닫던 센 바람은 잠시 길을 멈춰 섰고

7월의 뜨거운 태양이 머리 위에서 이글거려도

드넓은 진초록 산맥은 파도처럼 일렁였다.

내나라 지도(地圖)에 이런 산이 있다니

듣기만 하던 기암을 눈으로 확인할 때

신비한 영험(靈驗)에 경외심이 깊어졌다.

땅의 뿌리를 누가 만들었으며

멧부리를 쌓아 올린 이는 누구일까

천지(天池)를 지으신 이가 궁금했다.

나는 그 존재를 인지했지만

어떤 이들을 위하여 고백을 절제했다.

다시 밟고 싶은 간절함이 사무치지만

액자 속에서 만난 디테일에 만족한다.

2021.4.25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보 할애비  (0) 2021.04.28
이팝나무 꽃  (0) 2021.04.27
쓸쓸함에 대하여  (0) 2021.04.24
민들레 꽃  (0) 2021.04.22
초동목아  (0) 2021.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