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자 속의 산
내가 딛었던 백두산이
액자 속에 갇힌 채 어느 카페 벽에 걸려있다.
그해 여름은 뜨거웠고
백화(百花)만발한 절경에 소스라쳤다.
낡은 버스는 덜거덕거렸고
절벽 사이를 기어오를 때 등골이 오싹했다.
구름이 손에 닿을 때 나는 신선이 되었고
푸른 하늘이 쏟아진 천지연에는
절벽이 거꾸로 매달려 흔들리고 있었다.
뼈마디가 연할 때부터 불렀던 애국가 첫 소절은
산줄기를 딛고 일어섰고
단 번에 나를 사로잡은 영봉(靈峯)은
억겁의 세월에 비바람이 밟았어도
한 치도 닳지 않은 태고 적 신비였다.
치닫던 센 바람은 잠시 길을 멈춰 섰고
7월의 뜨거운 태양이 머리 위에서 이글거려도
드넓은 진초록 산맥은 파도처럼 일렁였다.
내나라 지도(地圖)에 이런 산이 있다니
듣기만 하던 기암을 눈으로 확인할 때
신비한 영험(靈驗)에 경외심이 깊어졌다.
땅의 뿌리를 누가 만들었으며
멧부리를 쌓아 올린 이는 누구일까
천지(天池)를 지으신 이가 궁금했다.
나는 그 존재를 인지했지만
어떤 이들을 위하여 고백을 절제했다.
다시 밟고 싶은 간절함이 사무치지만
액자 속에서 만난 디테일에 만족한다.
2021.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