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쓸쓸함에 대하여

신사/박인걸 2021. 4. 24. 22:25

쓸쓸함에 대하여

 

꽃들은 순서대로 지나갔다.

산수유 목련 매화 살구꽃 복숭아 꽃

그리고 벚꽃이 세상을 홀리듯 지나간 후

철쭉과 영산홍이 내 앞을 지나간다.

달리는 카메라에 가로수 지나가듯

가만히 있어도 꽃들은 피고 진다.

꽃들이 지나간 자리마다

파장한 장터만큼 쓸쓸하고

나뒹구는 꽃잎들 수북이 쌓일 때면

어미 잃은 송아지를 보는 듯하다.

그토록 현란한 어휘들처럼

상처 하나 없는 여인의 살결처럼

내 젊은 날의 열정만큼 뜨겁게 피었더니

텅 빈 가지들만 바람에 능청거린다.

이팝나무 꽃 아카시아 찔레와 수국

나를 홀리는 능소화 장미꽃이 줄을 서겠지만

지나가는 꽃들은 그냥 꽃일 뿐이다.

가까이 하면 곧 시들어 버리고

꺾으면 금방 실증을 느낀다.

제아무리 벌 나비 불러 모으지만

이미지만 내 영상에 남을 뿐

눈 씻고 찾아도 사라지고 없는 꽃송이여

결국 지나가는 그림자에 불과하다.

지는 것들은 하나같이 쓸쓸할 뿐이다.

202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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