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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雨水)
비 한 점 없는 우수(雨水)에
바람만 나뭇가지를 사납게 흔들고
며칠 전 찔끔 내린 눈은
응달진 비탈에 싸라기처럼 누웠다.
내가 기다리는 봄은 게으르고
지독한 코로나는 악당처럼 덤비고
차가운 햇살은 허공을 맴도니
마을 참새도 자취를 감췄다.
도시와 야산이 얽힌 중간에는
계절의 윤회가 어렴풋하여
절기는 대동강물이 풀린다하지만
봄 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버들강아지 손바닥 위에서 뛰던
내 어릴 적 아지랑이 그립고
노랑나비 양지쪽 언덕을 날아갈 때
가슴 뛰게 하던 봄바람 기다려진다.
경칩이 오면 생강나무 꽃 피려나
우수(雨水)날 오히려 우수(憂囚)에 잠긴다.
202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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