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우수(雨水)

신사/박인걸 2021. 2. 18.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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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雨水)

 

비 한 점 없는 우수(雨水)에

바람만 나뭇가지를 사납게 흔들고

며칠 전 찔끔 내린 눈은

응달진 비탈에 싸라기처럼 누웠다.

내가 기다리는 봄은 게으르고

지독한 코로나는 악당처럼 덤비고

차가운 햇살은 허공을 맴도니

마을 참새도 자취를 감췄다.

도시와 야산이 얽힌 중간에는

계절의 윤회가 어렴풋하여

절기는 대동강물이 풀린다하지만

봄 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버들강아지 손바닥 위에서 뛰던

내 어릴 적 아지랑이 그립고

노랑나비 양지쪽 언덕을 날아갈 때

가슴 뛰게 하던 봄바람 기다려진다.

경칩이 오면 생강나무 꽃 피려나

우수(雨水)날 오히려 우수(憂囚)에 잠긴다.

202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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