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계절(季節)

신사/박인걸 2021. 2. 1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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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季節)

 

네 계절이 등분되어 있지만

사나운 겨울이 계절의 절반을 차지하고

간신히 추위를 몰아 낸 봄이

꽃 잔치를 벌이는 동안에

여름이 치고 들어와 꽃잎을 내동댕이쳤다.

가을 단풍이 도시까지 내려오기도 전에

북풍은 한설을 여기저기 뿌리고

세상은 벌벌 떨며 깊은 수렁에 빠졌다.

나는 언제나 봄을 고대했다.

자유를 옭아매는 추위를 거부했고

활동을 제약하는 동절(冬節)이 너무 싫었다.

비단 자연의 절기뿐이랴

코로나가 휩쓰는 우리들의 거리에는

겨울만큼 힘든 고통이 회오리치고

통제가 일상화된 시대(時代)에는

깊은 시름이 양미간을 누른다.

우수를 지나 경칩으로 가는 계절에

춘분이 진달래꽃을 물고 오겠지만

봄이 온다 해도 우리들 가슴속에는

겨울바람이 그치지 않을 듯하다.

20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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