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눈 길을 걸으며

신사/박인걸 2021. 2. 1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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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걸으며

 

뒷산 둘레 길에 눈은 하얗게 쌓였고

먼저 간 몇몇 발자국이 직인처럼 찍혔다.

바람먼지 휘날리던 어제의 불안함을

차분한 평화로 가득 채웠다.

오늘처럼 눈이 쌓인 날에는

눈에 대한 추억이 푯말처럼 일어서고

복잡한 감정을 모두 눈 속에 드러눕힌 채

인가 없는 들판으로 나를 인도한다.

복잡한 삶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돌파구를 찾지 못해 당황할 때면

고혈압 치수는 사다리 정점까지 치닫고

뇌졸중 사이렌은 정수리에서 울린다.

이런 날에 내린 눈은 갑상 샘 호르몬을 잠재우고
거친 들판을 배회하던 영혼을

아늑한 안방 아랫목에 눕힌다.

20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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