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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걸으며
뒷산 둘레 길에 눈은 하얗게 쌓였고
먼저 간 몇몇 발자국이 직인처럼 찍혔다.
바람먼지 휘날리던 어제의 불안함을
차분한 평화로 가득 채웠다.
오늘처럼 눈이 쌓인 날에는
눈에 대한 추억이 푯말처럼 일어서고
복잡한 감정을 모두 눈 속에 드러눕힌 채
인가 없는 들판으로 나를 인도한다.
복잡한 삶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돌파구를 찾지 못해 당황할 때면
고혈압 치수는 사다리 정점까지 치닫고
뇌졸중 사이렌은 정수리에서 울린다.
이런 날에 내린 눈은 갑상 샘 호르몬을 잠재우고
거친 들판을 배회하던 영혼을
아늑한 안방 아랫목에 눕힌다.
20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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