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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쓸함에 대하여
- 나뭇잎 떨어진 숲에는
- 스쳐가는 바람 소리가 사납다.
- 나목들의 긴 고독이
- 이제 시작에 불과하니 걱정이다.
- 완충이 없는 지대는
- 살벌한 전운이 매일 감돌고
- 스스로 견뎌야 하는 괴로움은
- 제 살을 깎아내는 아픔이다.
- 각개전투를 벌이는 병사들처럼
- 생사의 경계선을 매일 밟으며
- 오로지 육탄전에 뛰어든
- 담벼락 하나 없는 나무들이 가엽다.
- 삶은 언제나 시퍼런 두려움이고
- 편히 잠들지 못하는 아픔이다.
- 상처 난 가슴을 바람이 할퀼 때마다
-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견뎌야 한다.
- 제 몸 추스르기도 힘든 세상에
- 누구를 염려할 여유는 없다.
- 바람에 휘둘리는 나무들 울음이
- 전사한 병사의 귀곡(鬼哭)으로 울린다.
- 며칠 전 그 곱던 단풍잎들이
- 초겨울 밤비에 여지없이 추락하고
- 시간이 쌍끌이한 헐벗은 숲에는
- 지금 감당 못할 쓸쓸함이 밀려든다.
- 2020.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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