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교차로에서
빨간 사람이 차렷 자세로 서 있다.
그 사람이 서면 나도 따라선다.
파란 사람이 걸어갈 때
나는 그 사람처럼 흰 무늬 선을 밟고 건넌다.
하얀 선 앞에 선 차들은 눈만 멀뚱거린다.
길가 프라다너스는 춤을 추지만
중앙분리대 매연 뒤집어 쓴 페튜니아 가엽다.
어린 아기가 마스크를 쓰고 엄마 손에 매달려갈 때
창백한 얼굴이 측은하기만 하다.
앰뷸런스가 소란스럽게 신호를 어기며 달린다.
사람들이 수군대기를 삼거리 빌라에서
코로나 확진 자가 발생했다 한다.
나는 갑자기 신경이 날카로워지면서
느슨한 마스크를 끌어올린다.
내 옆에 선 사람이 두렵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미워진다.
동네 교차로 신호등의 지시를 율법처럼 지키지만
오늘처럼 지루한 시간은 처음이다.
바람이 내 쪽으로 불어올 때
나는 반사적으로 가로수 뒤에 숨었다.
아름다운 6월 하늘이 어둡게 보이고
아는 이웃이 반갑지 않다.
달리는 차들만 아무것도 모를 뿐
교차로에 선 사람들 감정은 출렁거린다.
길거리에 나서는 일이 두렵다.
2020.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