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나그네 길

신사/박인걸 2020. 6. 1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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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길

 

길이 있어서 그 길을 걸었고

거칠었지만 뒤돌아서지 않았다.

길이 사라질 때면 처음부터 다시 걸었고

어떤 길은 내가 닦으며 걸었다.

길은 끝이 있다는 걸 처음부터 알았지만

그래도 나는 그 길을 걸어야했다.

그 길 어디에 당신이 서 있다는 걸 알았기에

지루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이제는 신발이 다 닳았고

바짓가랑이가 모두 헤어져 너덜댄다.

오는 길에 수많은 갈림길이 있어

골몰과 갈등을 반복했지만

당신이 보내 온 낡은 편지 한통에

오고 보니 짐작이 맞은 듯하다.

고무신, 운동화, 신사화, 군화, 센달

265밀리 신발이 헌신짝이 됐다.

발바닥에는 굳은살이 두껍게 박이고

발톱은 닳아 너덜대지만

아직도 길에서 당신을 만나지 못했다.

이 길 어디쯤에서 당신을 만나려나.
맨발이 돼야 당신을 만나려나.

나그네길 저편에 뭉게구름이 인다.

202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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