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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길
길이 있어서 그 길을 걸었고
거칠었지만 뒤돌아서지 않았다.
길이 사라질 때면 처음부터 다시 걸었고
어떤 길은 내가 닦으며 걸었다.
길은 끝이 있다는 걸 처음부터 알았지만
그래도 나는 그 길을 걸어야했다.
그 길 어디에 당신이 서 있다는 걸 알았기에
지루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이제는 신발이 다 닳았고
바짓가랑이가 모두 헤어져 너덜댄다.
오는 길에 수많은 갈림길이 있어
골몰과 갈등을 반복했지만
당신이 보내 온 낡은 편지 한통에
오고 보니 짐작이 맞은 듯하다.
고무신, 운동화, 신사화, 군화, 센달
265밀리 신발이 헌신짝이 됐다.
발바닥에는 굳은살이 두껍게 박이고
발톱은 닳아 너덜대지만
아직도 길에서 당신을 만나지 못했다.
이 길 어디쯤에서 당신을 만나려나.
맨발이 돼야 당신을 만나려나.
나그네길 저편에 뭉게구름이 인다.
202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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