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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6월
봄과 여름의 중간지대에 와 있다.
할당 된 몫의 꽃들이 절반 이상 다녀갔다.
그 비릿한 밤꽃이 순서에 따라 피던 때
역겨운 꽃냄새 대신 비말(飛沫)이 무서워
중상자(重傷者)처럼 구비(口鼻)를 틀어막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나는 계절에 끌려간다.
6.25전쟁만큼이나 잔인한 올해 6월은
총성 없는 전쟁에 매일 초조하다.
대구에서 첫 교전으로 대승을 거둔 코로나는
전국 방방곡곡을 게릴라처럼 습격했다.
이태원 발 확진 자 숫자가 전상자 소식처럼 퍼지고
부천 쿠팡 발 확진자, 인천 개척교회 발 확진자,
신림동 방문판매 발 확진자 발표에
모여 앉은 여인들이 핏대를 높여가며 분노한다.
우한 발 코로나의 반란(反亂)은
치명적 무기로 5개월 만에 지구촌을 점령 했다.
나라마다 빗장을 걸어 잠갔지만
폐렴은 새앙 쥐처럼 성문을 뚫고 들어갔다.
2차 세계대전만큼이나 지루한 전쟁은
종전(終戰)의 예측이 오리무중이다.
그 고운 꽃잎이 천만송이 바람에 흩날리고
제 모양대로 생긴 나뭇잎들은 엽록소를 발산하는데
오만한 인간들만 바이러스에 쫓기고 있다.
걸어오는 사람마다 나에겐 적이다.
기저질환에 약봉지를 든 나는 한 방에 간다.
명분 없는 죽음이 가장 두려워서
오늘도 나는 비겁하게 몸을 숨기고 있다.
지루한 여름 장마까지 다가온다니
내 생애에 가장 인정 없는 6월일 것 같다.
202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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