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당신께 가는 길

신사/박인걸 2020. 6. 3.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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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가는 길

 

느티나무 우거진 숲길을 벗어나면

보랏빛 하늘에 무지개가 뜨고

붕어 떼 한가로운 연못가에는

나를 기다리던 당신이 서 있었지요.

생각이 복잡한 산새들은

종종 걸음을 걷다 자기들 숲으로 사라지고

흰 살을 드러낸 자작나무들만

도열한 채 우리를 바라보았지요.

내 영혼은 늘 가난하지만

당신에 대한 그리움의 촉을 세우고

끈적거리는 황토 진흙 길을

몇 번이나 넘어지면서 달려왔지요.

나에 대한 당신의 사랑이

수수께끼 정답보다 더 궁금했는데

환한 당신의 모나리자 빛 미소(微笑)에서

안도(安堵)의 한숨이 나오네요.

당신께로 달려가는 길은

하늘에 높은 사다리를 걸치고

한 칸 한 칸을 조심스럽게 내딛으며

귀곡잔도를 걷는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모자람이 없어요.

봄꿈에 부풀러 오르는 가슴처럼

당신의 사랑이 확증되고 확증되던 날

한 마리 새처럼 날 듯 하답니다.

202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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