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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안개
우리 마을에는 이따금 안개가 내린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도시를 지운다.
쓸어 담으면 한 컵도 안 되는 액체가
마술하듯 동네를 미궁(迷宮)으로 밀어 넣는다.
안개는 자동차 매연과 하나가 되고
아파드나 빌라 가스 연기와 손을 잡는다.
중앙난방시설 굴뚝의 흐릿한 기체가
안개 속으로 뛰어 들면 받아준다.
추운 날 아침 하얀 입김을 자기편으로 만든다.
안개 앞에는 화려한 불꽃도 사라진다.
안개는 비싼 차와 싼 차의 라벨을 지우고
윈도우에 진열된 고급 진열품을 지운다.
도로변에 매달린 간판을 지우고
자동차 엔진 소리를 없앤다.
안개는 가슴 깊이 파고들어 조급함을 지우고
나의 발자국 속도를 느리게 끌어당긴다.
안개는 아침을 하얀 밤이 되게 한다.
나는 안개를 매우 좋아한다.
안개 안으로 들어가면 내가 없어진다.
세상이 소란스러울 때면 가끔 내려온다.
나는 아직도 안개의 출처는 모른다.
쓸어 덮던 어머니의 치마폭이 생각날 뿐이다.
20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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