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어느 봄날에

신사/박인걸 2020. 4. 24. 21:52

어느 봄날에

 

겨우내 침묵 속에 키워 낸 꿈이

마침내 엷은 막을 재치고 튀어나와

동시 다발로 옮겨 붙어

눈길 닿는 곳마다 파랗게 불태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잿빛 세상은

여윈 모습으로 초라했다.

바람이 돌아치며 할퀸 상처들이

찢어진 보자기처럼 너풀거렸다.

엊그제 퍼부은 봄비 탓에

밤잠을 자고 나올 때마다 짙푸르다.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같이

새파란 소망을 하늘로 쏘아 올린다.

나는 지난 겨우 내내 울었다.

빈 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릴 때면

가슴은 콩알만큼 졸아들고

푸른 꿈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이제야 나는 긴 숨을 들이쉰다.

내가 품었던 꿈이 허황된 줄 알았는데

새파란 세상을 만들고 있다.

푸른 세상이 좍 펼쳐질 때 꿈인가 싶다.

202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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