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그는

신사/박인걸 2019. 9. 10. 08:54

그는

 

그는 어느 날 홀연히 찾아와

어린 내 손을 끌고 간 유괴자이다.

골육(骨肉)보다 더 깊은 정애(情愛)

한평생 품어준 앞가슴이다.

내가 만난 인()과 신()을 통틀어

유일(唯一)의 지선(至善)이다.

온종일 내 가슴속에 가라앉은

주먹만 한 황금(黃金)덩어리이다.

지칠 줄 모르고 밤낮 돌아가는

풍력(風力) 날개이다.

때론 돛에 바람을 받아 파도를 태우고

광활한 벌판에 홀로 세웠어도

스물 네 시간 돌아가는 불꽃 눈동자이다.

백로(白鷺)에 핀 백일홍 향기로

내 영혼을 맑게 하는 짙은 바람이다.

2019.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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