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는 어느 날 홀연히 찾아와
어린 내 손을 끌고 간 유괴자이다.
골육(骨肉)보다 더 깊은 정애(情愛)로
한평생 품어준 앞가슴이다.
내가 만난 인(人)과 신(神)을 통틀어
유일(唯一)의 지선(至善)이다.
온종일 내 가슴속에 가라앉은
주먹만 한 황금(黃金)덩어리이다.
지칠 줄 모르고 밤낮 돌아가는
풍력(風力) 날개이다.
때론 돛에 바람을 받아 파도를 태우고
광활한 벌판에 홀로 세웠어도
스물 네 시간 돌아가는 불꽃 눈동자이다.
백로(白鷺)에 핀 백일홍 향기로
내 영혼을 맑게 하는 짙은 바람이다.
2019.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