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이 아십니다.
그날 아침 갈릴리 바다에는
거칠던 바람이 순하게 잠들었고
작은 배 한척에서 그물질 하는 소리만
정적을 깨고 철썩거렸습니다.
당신을 처음 만났던 그 바닷가를
다시 찾기까지는 크게 망설였습니다.
당신을 부인했던 수치심과 당혹감에
도저히 낯을 들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수모를 겪는 당신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비겁(卑怯)과 두려움에 뒷걸음질 치면서
목구멍으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세 번이나 모른다고 부인(否認)했습니다.
질책하는 양심의 소리는 천둥과 같고
배신자라는 자괴감이 괴롭혀서
감히 하늘을 쳐다볼 수 없는 나는
지옥(地獄)의 중앙로를 걸었습니다.
다시 만나자던 당부(當付)를 떠올리며
감히 찾아 온 갈릴리 바닷가에서
먼저 와 기다리던 당신의 눈빛에
내 마음은 또 한 번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주의(主義), 사상(思想), 재화(財貨)들과
벼슬과 관직(官職), 출세에 매몰되어
그보다 더 값진 신의(信義)저버린
루시퍼와 한 족속(族屬)이었습니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세 번 연거푸 물으시던 당신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로 대답하던 그 사람의
“당신만이 아십니다.”가 나의 고백입니다.
20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