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모향(母鄕)

신사/박인걸 2019. 1. 2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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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향(母鄕)

 

고추바람 살을 파고드는

산간(山間) 어느 둔덕에는

엉성하게 세운 초가집들이

납작 엎드려 포근하고

 

그토록 웅장히 접힌 산들이

강보(襁褓)로 곱게 에두른

시간도 침입(侵入)할 수 없는

모향(母鄕)은 나의 요새(要塞).

 

맨발의 겨울 산새들이

거리낌 없이 앞뜰에 찾아오면

경계(警戒)의 눈빛 하나 없이

수탉이 모이를 나누어주며

 

엉성한 굴뚝에 피어오르는

마른 솔잎 타는 향기가

함부로 마을을 연막(煙幕)에 가둬도

모친(母親) 품처럼 아늑했다.

 

세 살 위의 짓궂지 않은 형과

온종일 연()을 날리다

제풀에 꺾여 연줄을 끊던

그곳은 나의 동화(童話)이다.

2019.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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