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모향(母鄕)
고추바람 살을 파고드는
산간(山間) 어느 둔덕에는
엉성하게 세운 초가집들이
납작 엎드려 포근하고
그토록 웅장히 접힌 산들이
강보(襁褓)로 곱게 에두른
시간도 침입(侵入)할 수 없는
모향(母鄕)은 나의 요새(要塞)다.
맨발의 겨울 산새들이
거리낌 없이 앞뜰에 찾아오면
경계(警戒)의 눈빛 하나 없이
수탉이 모이를 나누어주며
엉성한 굴뚝에 피어오르는
마른 솔잎 타는 향기가
함부로 마을을 연막(煙幕)에 가둬도
모친(母親) 품처럼 아늑했다.
세 살 위의 짓궂지 않은 형과
온종일 연(鳶)을 날리다
제풀에 꺾여 연줄을 끊던
그곳은 나의 동화(童話)이다.
2019.1.26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