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절의 기도
도시 정원의 적 단풍나무에
매달린 마지막 잎 새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릴 때
한 성직자는 성경 앞에 앉는다.
한 가닥 줄기에 잎을 달고
꺼져가는 촛불처럼
불안한 한 해를 살아 왔지만
아직 꿈이 있어 감사합니다.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
희미한 가로등 빛을 밟으며
십자가 달린 큰 집에 달려와
기도하는 양들이 있어 감사합니다.
타끈스럽고 강퍅한 세대에
자신만의 이익을 꾀해도
주머니를 털어 힘을 다해
돕는 이들이 있어 감사합니다.
호수 빛 눈동자를 지닌
도무지 속임이 없는 아이들과
풀잎 보다 더 푸른
다음 세대가 있어 감사합니다.
피아의 교전이 치열한
아말렉이 사는 르비딤에서
두 손을 들어 기도함으로
겨루어 이기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볏단도 엎드려 경배하고
감과 사과도 자신을 내주는
비움이 채움으로 가득한
감사절에 당신께 사례하나이다.
2016.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