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늦가을 斷想

신사/박인걸 2016. 11. 9. 11:17

늦가을 斷想

 

길 위에 깔린 낙엽을

아무렇지도 않게 밟고 간다.

근접 불가하던 명성이

한낱 휴지조각처럼 짓밟힌다.

 

까마득한 정상에서

세상을 눈 아래에 두고

고고(孤高)한 자존심으로

의연히 지켜온 자리

 

험악하던 폭풍우와

아사직전의 긴 가뭄과

역겨운 벌레 떼의 습격에도

억척같이 견뎌온 세월

 

된 서리 내리던 날

헤어져 흩어지는 잎아

세력 잃은 사람 같아

마냥 불쌍하구나.

2016.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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