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겨자 꽃이 노랗게 웃는
갈릴리의 마을을 걸을 때
허름한 옷을 입은 그 사람이
우렁차게 외치던 음성이
호수바람을 타고
내 귓가에 길게 울린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고즈넉한 여리고에
요단강 물소리가 여울질 때
허겁지겁 달려오며
애답게 호소하던 바디메오를
가엽게 끌어안으며
눈을 어루만져 낫게 하시던
그 사람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파도한 점 없는
짙푸른 갈릴리 호수 가에서
그물 깁는 한 어부에게
“깊은데 그물을 내리라.”시던
확신에 찬 그 사람의 외침이
때론 갈대처럼 흔들리는
나의 마음을 힘 있게 붙잡는다.
헐몬산 고운 바람이
가이샤랴를 보듬고 지날 때
사면고을 돌며 지친 몸으로
개울물에 낯을 씻던 그 사람이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는 물음에
늙수그레한 제자가 고백한
“당신은 그리스도며 하나님의 아들입니다.”
순례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2016.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