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능소화 지던 날

신사/박인걸 2016. 7. 23. 11:45

능소화 지던 날

 

어느 소녀의 복숭아 빛 볼 보다

더 불그스레해

물가에 선 수선화마저 질투를 느낄

고고하고 그윽하던 꽃이

 

한 여름 폭염이 쏟아지던 날

한 송이 두 송이

맥없이 저 아래로 곤두박질친다.

 

드레스 걸친 새 신부 같아

지날 때 마다 차마 눈을 떼지 못해

몇 번이고 되돌아보았더니

相接한 몰골로 결국 지는구나.

 

불꽃만큼 뜨거운 열정과

거짓 없는 환한 웃음으로

어두운 마음에 등불을 달아주던 너도

고독의 아픔을 안고 결국 스러지는구나.

 

화려했던 뒤편에

자신만의 감추어놓았던 아픔들을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채

와르르 무너지던 날에

나는 슬픈 허무를 느낀다.

2016.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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