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도시의 첫 눈

신사/박인걸 2015. 11. 28. 18:24

도시의 첫 눈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는
공원 숲의 붉은 단풍에
심술궂은 첫 눈이
소화분말을 퍼붓고 있다.

어느 꽃 집 앞마당에
異國에서 온 관상수가
처음 맞는 하얀 눈에
재채기를 하며 떨고 있다. 

환자복을 입고
약국 문을 나서는 소녀의
약봉지를 든 손이
지금 내리는 눈처럼 희다.

낡은 목도리를 두른
허리 굽은 노인이
근심 깊은 얼굴로
눈송이를 보며 중얼거린다.

가로등이 불을 밝히는
미끄러운 아스팔트위로
눈송이가 앉을 때마다
차들은 점점 굼벵이가 된다.
첫눈이 내리는 도시는 차갑다.
201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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