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의 아픔
고운 꽃을 피웠지만
아직도 갈대는 흔들린다.
서 있는 자리가 불안하여
갈피를 잡지 못했다.
바람 부는 언덕에 서서
편히 잠들 수 없을 때면
떨리는 음성으로
고독의 노래를 부르고
이슬비 내리는 날에는
돌아서서 마음껏 울었다.
태풍이 습격할 때면
까무러치면서 버티었고
하나 둘 주저앉을 때면
서러움이 가슴을 후볐다.
산다는 것은 버티는 일이며
아픔을 참는 일일까
끝없는 방황이며
답이 없는 수수께끼일까
넘어졌다 다시 일어서느라
무릎에 신경통이 일고
입술이 갈라 터져
목구멍에서 단내가 나도
살아야하기에 견디어 온 갈대는
거대한 숲이 되어 출렁인다.
원색의 갈대꽃이
가을 언덕을 곱게 염색한다.
2015.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