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 달맞이꽃 달이 뜬 밤에는 이슬에 젖은 눈망울로 달 없는 밤에도 노란 웃음으로 마음을 끄는 꽃이여 긴 목 빼들고 깊은 보조개로 달빛 미소 지을 때면 호흡은 멈추고 넋은 나갔다오. 늦여름에 만났던 시골 소녀의 하아얀 얼굴에 몇 날을 가슴 조이던 첫 몽정이여 아직도 잊지 못해 가슴에 .. 나의 창작시 2015.10.17
山客의 깨달음 山客의 깨달음 등이 굽은 저 산 속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까 이끼 낀 노송나무들은 어떤 사연을 품고 있을까 만년을 넘게 흘러내리는 산 고랑의 가는 물줄기들과 곰처럼 웅크리고 앉은 바위들도 실타래 같은 속사정들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을 거다. 바람 부는 비탈에 서서 아.. 나의 창작시 2015.10.12
치악산 치악산 깊은 계곡의 물소리는 먼 옛날의 전설을 속삭이고 수채화보다 더 고운 단풍은 시월의 산허리를 감싼다. 비틀거리는 나그네를 나뭇가지가 붙들어 주고 등골에 흐르는 굵은 땀방울을 산바람이 닦아준다. 말 잔등을 걸어가듯 아슬아슬한 곡예 길에서 처음 이 길로 걸어간 누군가의 .. 나의 창작시 2015.10.10
은행나무 단풍 은행나무 단풍 삼베 옷 곱게 차려 입은 자식들이 못 올 길을 떠나시는 어머니 상여 앞에서 흐느낀다. 심장에 호수를 꽂아 자식 영혼에 연결하고 뼈마디 기름을 짜내어 젖에 섞어 授乳하신 어머니 천근 멍에에 눌려 비틀 거려도 스스로의 채찍에 일서고 가슴에 고름이 차도 아픔을 속으로 .. 나의 창작시 2015.10.04
가을비 가을비 그리움에 지쳐 빗물이 눈물 되어 가슴으로 흘러내려 영혼을 적신다. 그 해 가을에 떠난 단발머리 손녀가 비가 내릴 때면 이리도 생각날까. 못다 핀 꽃잎 위에 슬픔이 고이고 비 맞은 새의 울음도 서럽다. 산허리의 안개는 가슴을 끌어안고 바람마저 잠들어 애타는 맘을 안위한다. .. 나의 창작시 2015.10.03
추석성묘 추석성묘 가을 햇살이 쑥부쟁이에 앉아 산소 길녘에서 밝게 웃는다. 와보고 싶었는데 바쁘게 사느라 몇 해 만에 서니 크게 죄송하다. 자식을 키워보니 부모 맘 왜 모르랴 두 분에게 나도 금쪽같은 자식인데 살아생전 못한 일이 못내 아쉽지만 뒤늦게 후회하나 그게 무슨 소용이랴 두 분 .. 나의 창작시 2015.09.30
추석 추석 그 해 추석엔 갈 곳이 없어서 네 살배기는 외가에 보내고 아내와 함께 동두천 기도원서 식음을 중단하고 배나무 옆에 엎드렸다. 섧고. 배고프고 외롭고. 막막해서 둥글게 뜬 달빛에 얼굴을 묻었다. 나사렛 청년의 길을 따라 나섰으나 턱없이 부족했던 햇병아리 선지생도 그 때 그 달.. 나의 창작시 2015.09.26
소원기도 소원기도 지난 화요일 하늘나라에 도착한 아직 앳된 소녀를 특별히 부탁합니다. 아직은 그곳에 가야할 나이가 아닌데 어쩌다 느닷없이 이곳을 떠났어요. 대기업 입사하듯 까다롭게 묻지 말고 검사가 날카롭게 심문하듯 하지 마세요. 사분사분하고 얌전한 소녀로 예배당에서 첼로를 연주하였어요. 그 애를 보낸 부모와 우리가 많이 힘들어요. 아무말씀마시고 그냥 품어주세요. 가끔씩 꿈에라도 한번 씩 집에 보내서 환한 미소로 부모를 위로하게 해주세요. 2015.9.27 나의 창작시 2015.09.25
들국화 들국화 가을바람이 어루만진 꽃잎이 늦은 햇살에 유난히 빛난다. 버려진 땅에 잡초의 신분으로 서러움을 딛고 까치발로 서서 관절이 시리고 명치끝이 아파도 밤별을 닮은 꽃잎을 피웠다. 정갈한 꽃잎에 거룩함이 고여 함부로 꺽지 못하고 바라볼 뿐이다. 2015.9.22 나의 창작시 2015.09.22
가을의 찬미 가을의 찬미 천둥치던 날 파르르 떨던 밤송이가 가을 햇살에 입을 활짝 열고 윤기 나는 밤알을 토해내며 익은 벼이삭 사이로 참새 떼들이 성찬을 즐기며 까맣게 익은 해바라기는 단체로 감사기도를 올린다. 길섶에 주저앉았던 코스모스가 긴 가뭄을 딛고 일서서서 모가지를 길게 빼들고 .. 나의 창작시 2015.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