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태양 여름 태양 시인/박인걸 대낮에 빛나는 노란별이 그리움의 열기를 퍼부을 때면 물크러질 것 같은 마음에 눈 뿌리가 저리다. 지독하게 보고파 소리 높여 부르던 이름이여 이토록 가깝게 다기오시니 숨이 막혀 까무러친다. 멀리 허공을 떠 돌 때 나를 싫어 버린 줄 알고 그토록 야속함에 슬프더니 오늘에야 얕은 마음을 깨닫는다. 이제는 떠나지 말아요. 지금처럼 가까이에 머물러요. 불에 타 검은 숯이 되더라도 당신을 놓치지 않을래요. 2015.8.7 나의 창작시 2015.08.07
그 해 여름 밤 그 해 여름 밤 시인/박인걸 쏟아지는 별빛을 물결에 싣고 밤새도록 지줄 대며 흐른 냇물아 반디 불이 깜박이던 한 여름 밤 불협화음에도 정겹던 풀벌레 노래 소나무 숲 방금 지나온 바람 가슴까지 닦아내는 고마운 길손 왕 거미 집 짓던 처마 밑에서 꿈길을 거닐던 하얀 바둑이 희미한 초승달 별 숲에 갇혀 밤새 노 젖다 지친 나그네 산새도 깊이 잠든 검은 숲 위로 더러는 길 잃은 운석(隕石)의 행렬 수줍어 한 밤에 고개를 들고 밭둑에 피어나는 달맞이꽃아 적막에 잠든 고향 마을에 은하수 따라 흐르던 그리움 이제는 아스라한 추억 너머로 꿈길에 더러 거니는 그 해 여름 밤 2010,7,26 가곡으로 작곡되어 불려지고 있음 나의 창작시 2015.08.05
그대가 있기에 그대가 있기에 그대를 처음 사랑했던 가물거리는 기억을 더듬으며 별빛 쏟아지는 한여름 밤에 오던 길을 뒤돌아본다. 이른 봄이면 꽃보다 화사함으로 한 여름에는 젊음보다 더 푸르게 가을 단풍잎을 붉게 그리던 그대는 겨울이면 거룩하게 다가왔었다. 언제나 내 마음 안뜰을 거닐며 고요함과 넉넉함으로 누구에게도 자리를 내 줄 수 없게 나만을 소유하고 싶어 하던 그대 나를 향한 그대의 사랑이 필리아가 아닌 것을 깨닫던 날 나의 전부를 그대 발아래 내려놓고 이 몸을 바치기로 다짐했었다. 내 안에는 언제나 그대가 있고 나는 그대의 마음을 헤집으며 저녁 그림자 내려앉는 길목까지 한 조각 붉은 마음으로 따라왔다. 몇몇 별 조각이 허공으로 흩어지고 마음 빈 터에 돌개바람이 불어도 그대의 옷깃을 움켜잡으며 허공(虛空)의 표류를 .. 나의 창작시 2015.08.05
아침 뒷산 아침 뒷산 태양이 아직 채비를 차리는 시간 지난 밤 걷던 꿈길을 떠 올리며 낡은 운동화에 실려 나는 가파른 덕을 오른다. 더위에 지친 별들이 굴참나무 푸른 잎에 앉아 구름이 던져 준 이슬을 핥으며 먼 여행을 준비할 때 억년을 한 자리에서 스스로 음을 재생하며 암반을 뛰어 내리는 물소리는 천사들의 합창으로 다가온다. 그리움에 밤새 울던 짝 잃은 산나리 꽃도 스치는 바람의 위로를 받으며 수줍게 고개를 든다. 기지개를 켜는 나무사이로 만나를 줍는 산새 노래와 숨을 내뱉는 푸른 숲이 나의 영혼을 바람이 되게 한다. 2015.8.4. 나의 창작시 2015.08.04
못 잊는 여름 못 잊는 여름 붉은 햇살이 마을을 달궈도 밭고랑에 엎드린 마을 아낙네 아기 업은 옥수수도 땀을 흘리고 빳빳하던 볏 잎도 힘을 잃는다. 동네 개들 몰려다니다 긴 혀 빼내 물고 그늘을 찾고 매미도 한껏 노래 부르다 지쳐서 어디론가 깊이 숨었다. 동네 철부지들 고운 냇물에 개구리 개헤엄 마냥 즐겁고 저녁 하늘 맴돌던 잠자리 쫓아 분주하게 오가던 제비 떼들아 모깃불 솔솔 타오를 때면 데친 호박 잎 쌈에 입이 터지고 어둠이 내려앉는 너른 들판에 반딧불이 껌벅이던 한 여름 밤 멍석위에 누운 푸른 아이는 은하수 위에 꿈을 가득 싣고서 밤새 노 젓는 반달을 따라 도회지 하늘 위를 그리워했다. 뒤뜰에 서 있던 오디나무야 이맘때면 곱게 피던 접시꽃아 달리아 꽃처럼 웃던 소녀야 이제는 곰삭은 옛 추억으로 복잡한 기계소리 고.. 나의 창작시 2015.07.30
이 길 이 길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걸어가니 길이 되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곳을 두렵지만 걸어갈 때 길이 되었고 가파른 절벽이라도 기어오를 때 길이 되었다. 걸어갔다고 모두 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딘가로 연결되어야 길이 되고 그 발자국을 따라 가야 길이 된다. 세상은 온통 길로 얽혔다.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쌓여서다. 처음 걸어간 사람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또 얼마나 두려웠을까 많은 눈물을 쏟았을지도 모른다. 이 길을 걸어가면서 처음 걸어간 사람을 기억하는 이는 없다. 그러나 그의 모험과 용기 때문에 이 길을 나는 편히 가고 있다. 길 위로 눈이 내린다. 하지만 길을 지우지는 못한다. 누군가 또 길을 낼 것이기 때문이다. 2015.2.28. 나의 창작시 2015.07.28
간격(間隔) 간격(間隔) 시인/박인걸 달과 해의 거리가 멀 듯 사람 사이에도 먼 거리가 있지만 별들이 모여 반짝이듯 가까워 행복한 사이도 있다. 해는 뜨거워 달아오르고 달은 차가워 시리니 둘은 만나면 불행하지만 별들은 서로 껴안을 때 즐겁다. 사람과 사람의 사이는 임계(臨界) 거리가 좋다는데 그대와 나의 거리는 어디쯤일까 가까이 하기엔 너무 아득하다 좁힐 수 없는 간격이라면 바라만 보는 것만도 행복하니 언제나 그 자리에서 도망하지 말아 주었으면 나의 창작시 2015.07.28
이 길 이 길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걸어가니 길이 되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곳을 두렵지만 걸어갈 때 길이 되었고 가파른 절벽이라도 기어오를 때 길이 되었다. 걸어갔다고 모두 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딘가로 연결되어야 길이 되고 그 발자국을 따라 가야 길이 된다. 세상은 온통 길로 얽혔다.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쌓여서다. 처음 걸어간 사람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또 얼마나 두려웠을까 많은 눈물을 쏟았을지도 모른다. 이 길을 걸어가면서 처음 걸어간 사람을 기억하는 이는 없다. 그러나 그의 모험과 용기 때문에 이 길을 나는 편히 가고 있다. 길 위로 눈이 내린다. 하지만 길을 지우지는 못한다. 누군가 또 길을 낼 것이기 때문이다. 2015.2.28. 나의 창작시 2015.07.28
봄비 봄비(春雨) 메마른 나뭇가지를 적시며 사뿐히 내리는 봄비 이토록 촉촉한 날이면 내 가슴에도 봄이 온다. 봄비 내리는 날이면 마음은 고향 보리 밭길을 걷고 시냇가 낮은 언덕의 버들피리 소리를 듣는다. 한 겨울 먼지바람으로 너저분하던 가슴이 마음을 증류하는 봄비에 조용히 설거지 된다. 의식이 잠든 새벽부터 그리움을 불러오는 봄비야 가슴에 목련이 필 때까지 멈추지 말아주려무나. 2015.3.7. 나의 창작시 2015.07.28
그대 그대 내가 어느 날 그대 손에 끌려 아늑한 곳으로 인도 되었을 때 나는 그곳에서 황홀한 빛을 보았어요 지금껏 한 번도 느끼지 못한 태초와 같은 신비함에 온 몸이 떨렸어요. 이후 그대는 나를 어디든지 이끌고 다녔어요. 드넓은 초원에서 가슴을 열어 주었고 산고랑에 흐르는 냇물소리 같이 속삭여 주었어요. 때로는 가파른 길로 이끌며 불끈 솟는 용기를 주었고 캄캄한 밤길에 나를 업고 갔지요. 그대와 사귀며 살아온 순간들이 나에게는 보석과 같아 이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어요. 그대가 내 곁에 있어 두렵잖고 당황하거나 겁나지 않아요. 영혼의 진액은 샘처럼 솟고 가슴을 메우는 분자의 열운동은 만족 이상으로 충만합니다. 오늘도 햇빛처럼 다가오는 그대를 설렘으로 맞이합니다. 언제나 오묘한 섭리로 예측불허의 디자인으.. 나의 창작시 2015.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