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길목에서 겨울의 길목에서 가을을 막 지워버린 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봄은 아득하기만 해도 그래도 나는 벌써 봄을 기다린다. 그 붉던 단풍잎이 소나기눈처럼 쏟아지던 날도 낙엽을 밟는 낭만보다는 아지랑이 돋는 봄을 떠올렸다. 그 푸르던 숲이 이제는 흑백 영화처럼 변하여 타오르던 내 젊.. 나의 창작시 2015.12.03
도시의 첫 눈 도시의 첫 눈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는 공원 숲의 붉은 단풍에 심술궂은 첫 눈이 소화분말을 퍼붓고 있다. 어느 꽃 집 앞마당에 異國에서 온 관상수가 처음 맞는 하얀 눈에 재채기를 하며 떨고 있다. 환자복을 입고 약국 문을 나서는 소녀의 약봉지를 든 손이 지금 내리는 눈처럼 희다. 낡.. 나의 창작시 2015.11.28
늦가을 늦가을 찬 서리 내리는 들녘에 풀들이 스러지고 을씨년스런 바람이 그 위를 짓밟는다. 보랏빛 들국화가 목이 꺾인 채 주저앉고 죽은 프라다나스 잎이 가엽게 나뒹군다. 우거진 강기슭의 갈대 몸짓은 외롭고 얼어버린 먼 하늘의 회색 구름이 차갑다. 처마 밑으로 파고드는 발이 시린 참새 .. 나의 창작시 2015.11.21
대나무의 자존심 대나무의 자존심 빳빳하고 꼿꼿하게 한 점 흐트러짐도 없이 남에게 굽히지 않고 품위를 드러내는 일이 쉬우랴 나무들 잎을 틔울 때와 화사한 꽃을 피울 때도 죽순(竹筍) 하나로 버티며 위를 향해 솟아올랐다. 속빈 강정이라며 수근 대며 비웃을 때도 비움이 채움이라는 역설을 주장하며 .. 나의 창작시 2015.11.17
자연의 감사절 자연의 감사절 현란한 색상이 혼을 빼앗는 가을 中葉에 산길을 걷는다. 수만 개 촛불을 입은 듯 단풍나무에 불이타고 천년 이끼를 입은 바위 틈새에 간신이 발을 붙이고 사는 잡초도 샛노란 등불을 밝히고 있다. 아름드리 고로쇠나무 잎들도 마지막 혼 불을 피우고 도토리를 쏟아낸 굴참.. 나의 창작시 2015.11.07
단풍 단풍 핏빛만큼 붉게 불꽃보다 뜨겁게 꽃보다 더 곱게 山野는 전쟁 중이다. 화염방사기가 일제히 불을 뿜어 단 며칠 동안 치열하게 교전한다. 彼我가 없이 자기의 생명을 끊어 붉은 피를 토하며 산허리에 눕는다. 소리 없는 신음이 산야에 진동하고 수액 없는 향기가 가슴을 자극한다. 아! .. 나의 창작시 2015.10.30
낙엽 낙엽 허무의 비늘들이 아스팔트에 떨어진다. 뿌연 안개 속에 길게 드러눕는다. 움켜잡은 손이 맥이 풀리는 날에 곤두박질 할 것을 뒤늦게 잎은 깨닫는다. 짙푸르던 색상은 무지한 오만이었고 무성했던 이파리들은 헛된 욕심이었다. 촉촉한 영혼에 저녁노을이 깃들면 붉은 탄식을 고하며 .. 나의 창작시 2015.10.28
갈대의 아픔 갈대의 아픔 고운 꽃을 피웠지만 아직도 갈대는 흔들린다. 서 있는 자리가 불안하여 갈피를 잡지 못했다. 바람 부는 언덕에 서서 편히 잠들 수 없을 때면 떨리는 음성으로 고독의 노래를 부르고 이슬비 내리는 날에는 돌아서서 마음껏 울었다. 태풍이 습격할 때면 까무러치면서 버티었고 .. 나의 창작시 2015.10.22
갈대 갈대 산다는 것은 견디는 일이다 매일 마음을 되짚으며 억척같이 땅을 딛고 하늘을 우러러보아야 한다. 외가닥으로 서서 사정없이 휘둘리어도 유연한 몸동작으로 언제나 위기를 넘었다. 산다는 것은 우는 일이다. 쏟는 눈물이 발등을 적시고 작은 냇물이 되어 다른 갈대의 목을 축인다. .. 나의 창작시 2015.10.21
갈대 숲 갈대 숲 황무한 습지에서 가녀리어 슬퍼보였다. 강바람에 비틀거리며 자주 울어야했다. 기댈 언덕조차 없어 허우적거리다가도 스스로 일어서고 땅을 짚고 또 일어섰다. 꺾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빳빳한 자존심으로 버티며 살아야 했다. 의식이 눈을 떴을 때 갈대는 자아를 보았다. .. 나의 창작시 2015.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