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아
- 기별도 없이 다가와
- 내 마음을 흔들고 가는 바람아
- 저무는 빛을 감아 안듯
- 너는 언제나 늦게서야 찾아온다.
- 때로는 네 침묵 속에
- 얼마나 많은 말이 숨어 있는지
- 이제야 나는 네 음성을 듣는다.
- 비탈에 외로이 선 나무도
- 네 지나간 결에 몸을 맡기고
- 잠시 잊힌 듯 깊이 흔들린다.
- 너는 어쩌면 슬픔의 전령이었고
- 어쩌면 잊혀진 기도의 메아리였다.
- 나는 오늘 조용히 눈을 감고
- 네 거친 숨결을 품는다.
- 살과 뼈를 넘어 마음 깊은 곳까지
- 그 무언의 떨림으로 전해지는
- 너의 진실을 나는 느낀다.
- 닿을 듯 멀어지며 스며드는
- 말 없는 너의 이야기가
- 더 아프게 다가와도
- 네가 말하지 않아도
- 나는 이미 다 알고 있다.
- 2025,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