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기러기의 정체

신사/박인걸 2024. 11. 11. 12:27
  • 기러기의 정체
  •  
  • 길 없는 하늘에
  • 브이 자로 떠 있는 검은 그림자
  • 바람에 흔들리는 날개 끝엔
  • 잊힌 이름들로 가득 찬
  • 이별로 채색된 삶의 슬픈 노래여
  •  
  • 한 시절 따스했던 둥지의 기억조차
  • 이제는 바람 속에 사라지고
  • 철새라 불리는 운명을 짊어지고
  • 정처 없이 떠도는 몸짓
  • 머무름 없는 시간의 강을 건너네.
  •  
  • 어디로 가든지 그 끝은 같으니
  • 잠시 머무는 들녘조차 낯설어라.
  • 스쳐 가는 땅 위의 흔적은
  • 누구를 위한 날갯짓인가
  • 허공에 흩어지는 티끌 같을 뿐이네.
  •  
  • 석양에 소멸하는 날갯짓 사이로
  • 서글픈 여운만이 허공에 퍼지네.
  • 기러기들의 가여운 여정은
  • 우리네 삶과 다르지 않으니
  • 이 길 위에서 비로소 자신을 찾네.
  • 202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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