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늦가을
저녁노을이 빌딩 벽면에 길게 드리우고
국적 불명의 나뭇잎들이 이국땅에 눕는다.
곧 찾아올 어둠을 의식하며
내 발자국은 버석대는 낙엽을 밟으며 빨리 걷는다.
예리한 눈동자들이 살피며 간 거리에는
뛰어내린 고독들이 어지럽게 뒹굴고
도시가 뱉어내는 허영은 길거리에 어지럽다.
마스크로 틀어막은 두려움은
바람에 쓸린 낙엽처럼 쌓여만 가고
두려움이 빼앗아간 두 번의 붉은 가을이
줄에 묶인 채 나를 따라온다.
이미 어두움은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쫓기고
누가 스위츠를 올렸는지 가로등이 핀다.
목도리를 겹겹이 두른 후두(喉頭)에
찬 바람이 달려와 몸을 숨기고
아무 그리움도 없이 나는 늦가을을 생각한다.
내 의식 속에는 낭만도 감수성도 사라졌다.
박명(薄明)의 빛을 밟으며 총총히 걸어
새들처럼 안식처를 찾는 일이다.
그곳이 비록 멀리 떨어진 벽경(僻境)이라도
겨울이 오기 전에 밝혀내야 한다.
2021.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