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길을 걸으며

신사/박인걸 2021. 4. 14. 16:12

길을 걸으며

 

길이 있기에 그 길만 걸었다.

가야하는 길인 줄 알고 그냥 걸었다.

함께 걷던 사람들 모두 사라진 지금까지

나 홀로 외롭게 길을 걸었다.

내가 가는 길이 외길인줄 알고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이 길만 걸었다.

지루하고 따분해도 줄기차게 걸을 때

내 마음은 지폐채운 지갑처럼 뿌듯했다.

어느 날 내가 걷던 길옆에 샛길이 있어

호기심에 그 길에 들어섰더니

그윽하고 호젓함에 마음이 설랬다.

누군가 그 길을 걸었기에 길이 났고

그 길을 밟은 발자국은 뚜렷했다.

어떤 희열이 발바닥에 일어섰고

길 끝에서 만날 기대감에

감정의 파도가 연이어 일렁였다.

반면 어떤 두려움에 머리칼이 흔들고

금단의 열매를 따먹은 원 인간처럼

내 심장소리가 정수리에 들렸다.

하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걷는다.

처음 걷던 그 길처럼 걸으려 한다.

길이 끊겨 되돌아온다 해도

걷는데 까지 한 번 걸으려 한다.

202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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