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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환란
- 빚더미에 올라앉은 나라가
- 국제통화기금에서 빚을 얻던 해
- 나는 옷을 발가벗긴 채 옥상 난간에서서
- 하늘만 쳐다보면서 한숨만 쉬었다.
- 어둠이 여명과 씨름하는 시간에도
- 채권자의 변재촉구 전화에
- 날개가 있다면 맞은편 마을로 날아가고 싶었다.
- 천정부지로 치솟는 살인 금리에
- 운명은 바람 앞에 등불처럼 간들거렸고
-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빚의 동굴에서
- 사슬에 묶인 채 어떤 날은 한없이 울었다.
- 코로나 19는 그 년(年)에 버금가고
- 최루가스보다 더 매운바람은
- 겹겹이 세운 방역 망을 찢으며 광란한다.
- 걸리지 말고 끌려가지 말라.
- 매몰찬 역병은 한 방에 요절낸다.
- 지위고하가 무슨 소용이며
- 홍안소년 미인열사도 가리지 않는다.
- 눈발처럼 쏟아지는 탄환이
- 도망치는 자의 목덜미에 명중한다.
- 빈털터리가 되더라도 이승이 훨씬 났다.
- 재화를 쌓아놓고 목숨을 잃으면 무엇 하랴.
- 쓰러지는 자는 땅에 눕더라도
- 나는 억척같이 환란에서 살아남고 싶다.
- 마스크 끈을 질끈 졸라맨다.
- 2020.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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