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큰 환란

신사/박인걸 2020. 12. 26. 21:28
반응형
  • 큰 환란
  •  
  • 빚더미에 올라앉은 나라가
  • 국제통화기금에서 빚을 얻던 해
  • 나는 옷을 발가벗긴 채 옥상 난간에서서
  • 하늘만 쳐다보면서 한숨만 쉬었다.
  • 어둠이 여명과 씨름하는 시간에도
  • 채권자의 변재촉구 전화에
  • 날개가 있다면 맞은편 마을로 날아가고 싶었다.
  • 천정부지로 치솟는 살인 금리에
  • 운명은 바람 앞에 등불처럼 간들거렸고
  •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빚의 동굴에서
  • 사슬에 묶인 채 어떤 날은 한없이 울었다.
  • 코로나 19는 그 년(年)에 버금가고
  • 최루가스보다 더 매운바람은
  • 겹겹이 세운 방역 망을 찢으며 광란한다.
  • 걸리지 말고 끌려가지 말라.
  • 매몰찬 역병은 한 방에 요절낸다.
  • 지위고하가 무슨 소용이며
  • 홍안소년 미인열사도 가리지 않는다.
  • 눈발처럼 쏟아지는 탄환이
  • 도망치는 자의 목덜미에 명중한다.
  • 빈털터리가 되더라도 이승이 훨씬 났다.
  • 재화를 쌓아놓고 목숨을 잃으면 무엇 하랴.
  • 쓰러지는 자는 땅에 눕더라도
  • 나는 억척같이 환란에서 살아남고 싶다.
  • 마스크 끈을 질끈 졸라맨다.
  • 2020.12.26

반응형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의 고독  (0) 2020.12.30
잔인한 계절  (0) 2020.12.28
그 날  (0) 2020.12.25
어두운 크리스마스  (0) 2020.12.24
잊으려네.  (0) 2020.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