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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고독
차가운 겨울 길을 나 홀로 걸으며
그 무엇을 그리워할 뿐 붙잡지 못하고
이유 없이 얼어붙은 땅만 짓밟으며
흐르는 시간을 차가운 골수에 가둔다.
아직 나는 홀로 유폐되지 않았다.
우울증에 걸린 불안장애자도 아니다.
내 흉저 깊은 곳에 고인 애수가
가끔씩 폐와 심장사이를 휘저을 뿐이다.
살갗을 도려내는 동짓달 추위가
늙은 혈관을 급속히 수축시킨다 해도
아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앙상한 느티나무가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검불이 된 우슬초는 쓸쓸해도
길가 된서리 맞은 푸른 빛깔의 맥문동이
실오라기 같은 겨울 햇살을 움켜잡고
안간힘을 쓰는 힘겨움에서
불꽃같은 생명의 아름다움을 보았다.
겨울 고독은 아토피천식처럼 덤볐지만
이제는 하나도 두렵지 않다.
한 솥 밥을 먹으며 어깨를 맞댔던 사람이
밥그릇에 굵은 모래를 던질 때도
나는 쇠 젓가락으로 돌 부스러기를 집어냈다.
내 몸 어딘가에 형성 된 항체가
겨울 고독을 썰물처럼 밀어내고 있다.
올 해 겨울은 길이가 참 길다.
202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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