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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도시
구름은 하늘에 낡은 신문지처럼 떠 있고
햇살은 유난히도 좀스럽고 인색하다.
미세먼지는 담배연기보다 지독하고
찬바람은 무례하게 옷솔기로 파고든다.
우중충한 날씨는 빗방울을 망설이게 하고
잿빛 도시는 공해 속으로 침몰한다.
이런 날은 엄마 품 같은 눈(雪)이 그립다.
목련꽃 그녀처럼 웃던 날
내 마음은 나뭇잎처럼 흔들렸고
자주색 모란꽃이 유혹 하던 날
몇 날밤 잠 못 이루고 뒤척이었다.
주홍 빛 꽃 이파리들은 뒤안길로 가고
삭풍만 가로수 끝에서 울고 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어둡고
납덩이같은 침묵이 가슴을 누른다.
찬바람이 꽃을 훔쳐가 삭막하고
잎이 침몰하여 황폐한 것만은 아니다.
자선냄비가 종을 울려도
종종걸음으로 사라지는 도시가 차갑다.
마스크에 갇힌 얼굴에서
외계 항성을 걷는 두려움을 본다.
온정(溫情)을 잃어버린 경자년은
사막의 캄신 바람 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202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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