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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겨울
올해도 겨울은 빚쟁이처럼 찾아오고
거부할수록 철거머리처럼 달라붙는다.
두려움은 서둘러 거리로 내려앉고
바람은 언 땅위를 자박자박 걸어 다닌다.
추위는 늙은 심장을 차갑게 조이고
낡은 맥박을 강제로 뛰게 한다.
지루한 겨울은 내 꿈을 여러 번 가져갔고
머릿속에 심어 놓은 별을 몇 번이나 훔쳐갔다.
봉천동 고갯길에서 희망이 미끄러질 때
부축이던 아내도 주저앉았다.
또 다시 못 견디고 쓰러졌을 때
두 번 다시 땅을 짚고 일어서기 싫었다.
그해 고갯길에서 나의 노래를 잃었고
겨울은 내 의지를 포승 질렀다.
밤의 광명이 짙은 구름 속에 갇혀
나는 어떤 미궁(迷宮)으로 빨려들었다.
도시는 밝게 빛났지만
내 가슴에만 눈보라가 숨을 막았다.
비틀거리며 걷던 나의 뒷모습은
초라한 노숙자의 발걸음이었다.
그 지루했던 겨울의 나쁜 기억이
올 겨울에는 아토피 각결막염처럼 돋아난다.
202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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