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지루한 겨울

신사/박인걸 2020. 12. 9.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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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겨울

 

올해도 겨울은 빚쟁이처럼 찾아오고

거부할수록 철거머리처럼 달라붙는다.

두려움은 서둘러 거리로 내려앉고

바람은 언 땅위를 자박자박 걸어 다닌다.

추위는 늙은 심장을 차갑게 조이고

낡은 맥박을 강제로 뛰게 한다.

지루한 겨울은 내 꿈을 여러 번 가져갔고

머릿속에 심어 놓은 별을 몇 번이나 훔쳐갔다.

봉천동 고갯길에서 희망이 미끄러질 때

부축이던 아내도 주저앉았다.

또 다시 못 견디고 쓰러졌을 때

두 번 다시 땅을 짚고 일어서기 싫었다.

그해 고갯길에서 나의 노래를 잃었고

겨울은 내 의지를 포승 질렀다.

밤의 광명이 짙은 구름 속에 갇혀

나는 어떤 미궁(迷宮)으로 빨려들었다.

도시는 밝게 빛났지만

내 가슴에만 눈보라가 숨을 막았다.

비틀거리며 걷던 나의 뒷모습은

초라한 노숙자의 발걸음이었다.

그 지루했던 겨울의 나쁜 기억이

올 겨울에는 아토피 각결막염처럼 돋아난다.

202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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