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집으로 가는 길
그 재(岾)를 넘어가야 하는일이 두려웠다.
검은 숲을 지날 때 공동묘지도 무서웠다.
오르막 길 서른 구비에는
산 벚꽃나무 우거져 길을 지웠다.
첫눈이 포실포실 내리 던 날
아이들 신작로를 강아지처럼 짓밟지만
십 오리 길 걸어가야 하는 나는
언제나 두려움과 초조가 엇갈렸다.
적요한 침묵이 흐르는 그 길에는
벽처럼 산들이 일어서서 나를 위협했고
가끔씩 지나가는 산 짐승만이
아무 말 없이 나를 지켜 주었다.
아득한 벼랑길 등지고 돌때
강바람 사정없이 볼을 때렸고
새들도 도망간 갈대숲에는
된 바람에 물이랑 치며 너울거렸다.
첫눈이 벌떼처럼 날아 내리거나
땅거미가 뒷마당을 밟으며 지나갈 때면
기억 공간에 저장된 낡은 단백질이
나쁜 추억을 거미줄처럼 뽑아 올린다.
이제는 첫 눈이 도시를 덮는다 해도
집으로 가는 길이 전혀 두렵지 않다.
그곳에 내 집이 사라져버렸다.
2020.12.7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