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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행복
자귀나무 꽃 공작 깃털같이 나부끼고
밤꽃 비릿한 냄새 야릇한데
느티나무 사열한 둘레 길을 걷노라면
시달리던 내 영혼이 행복에 겹다.
나무 그늘은 장막처럼 드리우고
숲에 세척한 바람은 상쾌하기만 하여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날
흙 익는 냄새에도 잔뜩 취한다.
칡넝쿨이 마구 엉겨 붙어
보랏빛 꽃을 피우며 영토를 확장하고
때 죽 나무 꽃 진 자리에는
비밀스런 열매들이 곡예를 두려워 않는다.
혼탁한 대기에 둘려 쌓인 여름 산은
심(甚)한 감기 몸살을 앓아도
도심을 벗어난 나는 자유를 누린다.
두드러지게 말끔한 후박나무 한 그루
잡목들과 비교된 풍경에 고무된다.
두 사람에게 나는 많이 속았고
세 사람의 위선에 진저리가 났는데
거래가 없는 숲에서 영혼이 맑은 숨을 쉰다.
어머니 자궁만큼이나 고요한 평화가
내 정수리까지 차오르고
모래알처럼 퇴적되던 도시의 고독이
숲에서 일어난 향기(香氣)에 허물어진다.
우연히 걸어 온 둘레 길에는
주황빛 산나리 꽃이 웃으며 날 반긴다.
20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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