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계절(季節)

신사/박인걸 2019. 11. 2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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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季節)

  

         시인/박인걸

 

한 중년 신사가 공원 밴취에 앉았고

빛바랜 낙엽이 뚝뚝 떨어진다.

사색에 골몰(汨沒)하던 사내는

어떤 결심을 한 듯 일어나 사라졌다.

차가운 바람이 공원(公園)을 맴돌고

낙엽들이 따라 맴을 돈다.

사라지는 바람을 따라가던 잎들은

제풀에 꺾여 힘없이 주저앉는다.

또 바람이 불면 낙엽을 날려갈 테고

운 좋게 아직 붙어있는 잎들도 질 것이다.

텅 빈 공원에는 허무(虛無)가 자리 잡고

긴 침묵(沈默)만 무겁게 쌓인다.

계절은 해마다 반복되는 시간의 유희일까

삶의 의미를 깨우치는 실물교훈일까

매년 이맘때의 공원 풍경은

나를 존재와 인식(認識)의 세계로 이끈다.

익은 모과하나가 내 발 앞에 떨어진다.

짙은 향()이 후각을 자극한다.

2019.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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