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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길에서
무연(無緣)의 늙은이들과
더딘 발걸음으로 오르는
가을 색 짙은 등산(登山)로에는
유현(幽玄)한 분위가 감돈다.
추색 짙은 그늘에는
서늘한 기운이 옷깃을 파고들고
이미 검불이 된 잡초에서
삶의 무상(無常)을 본다.
등산화에 밟히며 바삭거리는
가랑잎들의 아우성은
영면(永眠)에 들지 못한 영혼들의
가슴 아픈 비명으로 들린다.
가을 숲은 송두리째
싯누런 수의(壽衣)를 갈아입고
풍장(風葬)자리로 누우려
각기 순서를 기다린다.
볕바른 양지쪽에서
어쩌다 곱게 핀 들국화만
가쁜 숨을 몰아쉬는 길손에게
그나마 위로가 된다.
20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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