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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을 보며
첫 순을 터트리던 그날
너의 운명은 오늘이 결정되었다.
마지막 날이 오리라는 것을
너만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나마 피어보지 못하고 사그라진 잎에 비하면
너희들은 천운(天運)이었다.
녹음(綠陰)의 황금기를 넘어
무수한 생명체의 노래를 들었으리라.
잔인한 디나스에서 링링까지
예닐곱 번의 열대저기압의
맹렬한 습격에도 버티어 온 것은
스스로의 강인함이 아니었으리라.
이제 황금수의를 입고
천 길 낭떠러지를 뛰어내릴 시간이
운명처럼 다가오고 있다.
낙엽아! 떨지말아라.
어금니를 꽉 다물고 뛰어내려라
기왕이면 포물선(抛物線)을 그으면서
고공비행을 하며 뛰어내려라.
처박히듯 천박(淺薄)하지 말아라.
당당하게 뛰어내려라.
죽음이 아름다움을 한 몸으로 보여주라.
매달린 삶을 정리하고
진짜 자유의 땅으로 가는 시간이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뛰어내려라.
나 또한 그날이 오면 그렇게 하리라.
2019.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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