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가을애상(哀傷)

신사/박인걸 2019. 10. 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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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애상(哀傷)

 

연보랏빛 싸리 꽃 지고

쑥부쟁이만 엉성하게 핀 산길에

추적이며 내리는 가을비가

을씨년스럽게 다가온다.

 

그토록 푸르고 선명하던 빛깔도

세력(勢力) 당당하던 수풀도

어미 잃은 아이처럼

풀이 잔뜩 죽어 애달프다.

 

잦았던 태풍(颱風)

전쟁(戰爭) 상흔만큼 처절하고

성한 잎 하나 없는 비탈에는

앙상한 공허만이 맴돈다.

 

사람만이 고달픈 삶을

치열하게 사는 것은 아니다.

살아있는 온갖 것들은

상처를 안고 가을을 맞는다.

 

곱게 물드는 가을 단풍은

눈물이 변한 핏방울이며

버티다 못해 낙하(落下)해야 하는

잎들의 마지막 아우성이다.

2019.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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