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상처(傷處)

신사/박인걸 2019. 9. 1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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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傷處)

 

매년 이맘때면 언덕의 나뭇잎마다

흉한 걸레쪼가리가 되고

벌레 파먹은 이파리마다 울고 있다.

 

초여름 숲에서 낙원을 상상하고

연초록 잎에서 싱그러움에 취했는데

여름풍상(風霜)을 겪으면서

갈기갈기 찢겨진 낱 잎마다

회복이 불가(不可)한 상처가 가슴 아프다.

 

산다는 것은 이렇게 부상을 입고

피해 입은 흔적으로 아파하며

원치 않는 흠집으로 괴로워하다

추풍(秋風)에 맥없이 지는 것인가

 

햇살은 하얗게 쏟아지고

바람은 산 너머에서 잠들었어도

소리 없는 신음(呻吟)은 애처롭게

꺾인 가지사이에서 들려온다.

2019.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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