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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늘 넘던 고갯마루에
자작나무 한 그루 있더니
잿길은 사라졌어도
늙은 나무는 날 반긴다.
인적드믄 산(山)길을
억세게 넘나들던 소년에게
볼품없게 노쇠한 나무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수없이 쏟은 낙엽들이
저린 발등을 두껍게 덮고
이끼 낀 등줄기에
주름이 깊게 파였어도
메마른 땅에 홀로서서
억척같이 세월을 견디며
제 영역을 구축하고
군락(群落)지를 이루었다.
길손의 발길은 끊기고
외로움의 날들을 보냈지만
치열하게 살아온 보람이
어린 종묘(種苗)에 서려있다.
2019.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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