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자작나무

신사/박인걸 2019. 5. 3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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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늘 넘던 고갯마루에

자작나무 한 그루 있더니

잿길은 사라졌어도

늙은 나무는 날 반긴다.

 

인적드믄 산()길을

억세게 넘나들던 소년에게

볼품없게 노쇠한 나무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수없이 쏟은 낙엽들이

저린 발등을 두껍게 덮고

이끼 낀 등줄기에

주름이 깊게 파였어도

 

메마른 땅에 홀로서서

억척같이 세월을 견디며

제 영역을 구축하고

군락(群落)지를 이루었다.

 

길손의 발길은 끊기고

외로움의 날들을 보냈지만

치열하게 살아온 보람이

어린 종묘(種苗)에 서려있다.

2019.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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