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탕자(蕩子)

신사/박인걸 2019. 5. 17. 09:41

탕자(蕩子)

 

아버지의 품을 떠나서 멀리 가버린 탕자와 같은 나를

문 밖에서 서성이면서 아버지는 긴 세월을 기다리었다오.

쾌락은 일순간이었고 고독은 한 없이 힘들었으며

스스로를 모멸하며 방황하다 헌신짝처럼 뒹굴었다오.


유혹에 이끌려간 곳은 노예로 전락한 애급이었고

누구도 나를 건져 줄 수 없는 절망의 바벨론이었다오.

삶에 대하여 의미를 잃고 죽음에 대하여 고뇌했으며

돌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갈등하다 용기를 내서 뒤돌아섰다오.


허영과 자존심을 모두 버리고 어리석음과 무지함을 후회하며

초라해진 모습 부끄러워도 모든 것 내려놓고 돌아왔다오.

낯익은 산과 수풀이 반겼고 뛰놀던 냇가에서 발을 담그고

살던 집을 멀리 바라보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돌아왔다오.


두 팔을 번 쩍 든 아버지가 맨발로 달려 나와 나를 맞을 때

두 눈에 흐르는 뜨거운 눈물이 심장 언저리까지 적셨다오.

아무 말 없는 아버지 얼굴에는 인자함이 가득 고였고

기뻐하시는 아버지 표정을 보며 나는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오.


다시는 떠나지 않으리이다. 아버지 곁에 있으리이다.

탕자(蕩子)가 아닌 효자(孝子)가 되어 아버지의 참 아들로 살리이다.

2019.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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