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입춘(立春)

신사/박인걸 2019. 2. 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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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立春)

 

양력(陽曆)이월 사일경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입춘에는

남촌(南村)에서부터 융풍(融風)이 분다.

()은 현해(懸解)를 넘어오느라

막다른 절정(絶頂)에서

급박(急迫)한 혈전(血戰)을 치루고

드디어 춘화(春花)를 불붙이며

광활(廣闊)한 대지를 밟았다.

전승자처럼 의기(意氣)가 양양하여

편전(片箭)을 쏘아대며

동서대지(大地)를 지져 밟고

물밀 듯이 상경(上京)하고 있다.

동사(凍死)직전의 가지 끝에는

희망의 포부(抱負)가 싹트고

바짝 마른 줄기마다 물이 오른다.

냉랭(冷冷)하던 인심은 어질어지고

사납던 눈초리들은 눅눅해진다.

감금(監禁)되었던 감정들은

촛농처럼 흐물흐물 녹아내린다.

황경(黃經)삼 백 삼십 도의

우수(雨水)가 지척(咫尺)이니

막강한 우군(友軍)과 함께

동절(冬節)을 완전히 몰아내리라.

! 얼마나 기다렸던가.

봄이 일어서는 함성(喊聲)

아직은 다소(多少) 음산(陰散)해도

이미 가슴에는 꽃망울이 맺힌다.

20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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