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홍해 앞에서

신사/박인걸 2019. 2. 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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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 앞에서

 

가끔은 홍해(紅海)가 내 길을 막는다.

안면(顔面)은 실색(失色)하고

정신은 혼미(昏迷)하며

직립(直立) 보행이 뒤틀린다.

 

뫼 뿌리까지 뻗은 신심(信心)

반석(盤石)같다던 의지도

허술한 돌무더기처럼

한꺼번에 뭉그러져 내린다.

 

자신(自身)이 쌓은 믿음이

응고(凝固)되지 못한 양회처럼

일순간(一瞬間)에 허물어지는

결격(缺格) 인간임을 깨닫는다.

 

아직도 정리(整理)되지 않은

묶이어 살던 노예(奴隸)근성이

절박(切迫)한 상황 앞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내 안에 앳된 모세는

하세월(何歲月)에 자라나서

안연자약(晏然自若)함으로

파도(波濤)를 가르고 길을 내려나.

20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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