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은행나무

신사/박인걸 2016. 10. 21. 10:11

은행나무

 

한 해를 산다는 일이

결코 가볍지 않다.

새순이 봄 서리를 맞을 때

며칠을 괴로워했다.

 

긴 가뭄에 목이 말라

하염없이 울었다.

그날 밤 쏟아진 빗줄기에

술에 취한 듯 노래를 불렀다.

 

한 여름 불볕더위에

뼈마디에 불이 타는 듯 했지만

붉은 진액을 쏟아

알알이 열매에 채웠다.

 

낮이 짧은 언덕에서

베옷 수의를 바느질한다.

치열했던 삶의 모습이

가을 햇살에 빛난다.

201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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