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올리는 기도
눈이 시리도록 맑은 하늘을
쳐다보기 조차 민망한
못다 털어낸 욕망의 깃털들이
부유물처럼 떠다닙니다.
그토록 따사롭던 여름 햇살에
퉁퉁 부어오른 씨방마다
탐스런 과실들 농익을 때
나만 아직 여물지 못해
노을은 석양에 걸려 있고
오색 단풍잎은
앞마당까지 내려왔는데
철늦은 플라다나스 잎처럼
아직도 나는 시푸릅니다.
언제나 한 발 늦게
꾸물대는 나무늘보처럼
좋던 계절 다 흘러 보내고
이제야 뒤늦게 후회하노니
한 뼘 남은 가을 햇살을
놓치지 않게 하셔서
늦게 피는 국화 송이처럼
나도 우아하게 하소서.
2010,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