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雨) 비가 온다.흐느끼며 비가 온다.소리치면서 비가 쏟아진다.빗줄기 창문을 두드리며 거세게 오고천둥과 번개는 세상을 찢는다.내 어머니는 한평생 비를 맞으며자기 운명을 비에 헹구어 내며 울었다.온종일 비맞는 사람의 방에서등잔불은 늙은 어머니 주름처럼 수그러지고나는 캄캄한 밤을 혼자 걸었다. 비가 온다.내 머리 위로, 때론 가슴에 쏟아진다.발걸음 닫는 곳마다 고독이 고여길위에 물웅덩이가 깨어지고길가 비에 젖은 잡초는 몸서리치며길잃은 새들이 슬프게 운다.이렇게 하염없이 비내리는 날에는모든 생각을 주머니에 쑤셔넣고나는 이명(耳鳴)처럼 들리는 빗소리에고집 샌 거위처럼 눈을 감는다.2024,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