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겨울의 도시 새

신사/박인걸 2025. 1. 1.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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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의 도시 새
  •  
  • 도시 비둘기는 빛바랜 날개로 하늘을 그리고
  • 늙은 까치는 위험한 전신주에서 곡예한다.
  • 참새는 발가락을 잃고도 생을 붙잡고
  • 굶주림에 조는 새는 추위에 운다.
  • 길바닥을 헤매는 새들의 날개짓은
  • 텅빈 사람의 가슴 속에서 흩어진다.
  •  
  • 을씨년스러운 공원의 벤치에 노인은 홀로 앉아
  • 흰 눈을 기다리는 나뭇가지처럼 떨고 있다.
  • 요양원에 갇힌 외로운 노인은
  • 창밖의 흐린 하늘을 지워낸 벽을 응시하고
  • 주야간 보호센터의 어느 노인은
  • 이방인처럼 모래시계의 끝자락을 기다린다.
  •  
  • 도시 새들은 깃들곳이 없고
  • 도시 노인은 지친 삶에서 돌아갈 곳이 없다.
  • 흙 한 줌 없는 거리 위에서
  • 새와 노인의 발자국은 닮아간다.
  • 굶주린 날개짓, 초점 잃은 눈동자
  • 시간은 모두에게 같은 무게로 떨어진다.
  •  
  • 겨울의 도시 새들의 처량한 울음
  • 인생은 마치 얼어붙은 강과 같아
  • 흐름을 멈추고 갈라진 표면만 남는다.
  • 그러나 이른 아침 한 점 빛이 떠오를 때
  • 새는 다시 날개를 펴고
  • 노인은 다시 옷을 주워입는다.
  • 얼어붙은 세월의 강물은 더디지만
  • 여전히 숨겨진 물결로 흘러간다.
  • 20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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