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설국(雪國)

신사/박인걸 2024. 11. 30. 16:54
반응형
  • 설국(雪國)
  •  
  • 산촌 겨울은 언제나 설국이었다.
  • 눈길은 끝없이 이어지고,
  • 산을 넘고 강을 건너
  • 흰 들판 위로 어린 발자국 남겼다.
  • 하얀 숨결 속에 얼어붙은 손가락과
  • 발끝의 시린 추억도 함께 걸었다.
  •  
  • 귀 끝에 닿는 찬바람은
  • 마치 꿈을 속삭이듯 불어오고
  • 온몸을 조여오는 한기(寒氣)는
  • 포승줄에 묶인 죄수였다.
  • 하지만,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세상은
  • 순백의 약속처럼 빛났고
  • 저 먼 곳을 향해  눈길을 내달렸다.
  •  
  • 눈 속에 묻힌 십오 리의 등교길에
  • 매일 남긴 내 발자국들은
  • 어제와 오늘을 잇는 다리가 되었고
  • 눈송이 한 점 한 점이 쌓아오린
  • 그 시절 시린 추억은
  • 내 골수를 강철만큼 단단히 빚었다.
  •  
  • 이제는 머나먼 시간의 한 자락
  • 그때의 설국은 선명하게 내 마음에 남아
  • 희미한 웃음과 따스한 그리움으로
  • 흰 언덕 위를 떠다닌다.
  • 얼었던 발끝과 손끝은 풀렸지만,
  • 그 길 위에 남긴 꿈은 여전히 반짝인다.
  • 2024,11,30

눈쌓인 마을

반응형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월  (0) 2024.12.01
부활의 노래  (1) 2024.11.30
그리움  (0) 2024.11.29
눈 쌓인 도시 풍경  (0) 2024.11.28
폭설  (0) 2024.11.27